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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광흥창역] 사이좋은 두 느티나무 보호수 본문
앞서 이야기드린 한국의 4대 노거수 수종(회화나무, 팽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중 하나인 느티나무입니다. 벌써 보호수 여행의 두 번째, 세 번째 느티나무입니다.
저에게 벚나무가 두 갈래 머리를 땋은 학생이라면 느티나무는 장독대를 어루만지는 정겨운 할머니의 모습입니다. 예의예절에 대해서는 꽉 막히면서도 내 새끼한테는 한없이 다정해지는 그런 할머니입니다.
공민왕 사당과 광흥창터가 뜬금없이 같이 있는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사당안으로 들어가면 아주 친절하게 적혀있긴 하지만, 이 곳에서도 설명을 드리자면 모든 건 꿈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광흥창터를 지키는 노인에게 꿈에서 공민왕이 나타납니다. '이 곳이 나의 정기가 서린 곳이니 이 곳에 나의 사당을 차리면 번성하리라!' 조선시대였고 개혁을 상징했던지라 태조는 영 못마땅했나봅니다. 사당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것이 고작 200년밖에 되지 않았다니요. 사당의 이름을 부여받은 시기와 비슷하게 느티나무를 심었는지, 이 느티나무의 수령도 2024년 기준, 약 280년이 조금 안됩니다.
고령의 느티나무에게서 나오는 설을 보면 대부분 한 번에 순이 나면 풍년이 있을 거라는 설이 많습니다. 농사가 전부였고 자연이 세상이었던 그 시기의 간절함과, 느티나무의 아름다움에 경탄했던 사람들에게서 나온 이야기가 아닐까합니다.
느티나무는 조경수로 참 유명한 나무입니다. 붉게 단풍도 들어 심미적으로도 아름답지만 저는 한여름의 푸른 녹음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연둣빛의 조그마한 잎이지만요. 곧 그 잎들이 성장하면서 녹음을 만들어내고 한여름 속에서 그늘을 선사해준다는 점에서 느티나무의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은가 합니다.
느티나무역시 280여년을 세월로 맞다보니 여기저기 수술의 흔적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살아있습니다. 느티나무는 살아서 새순을 맺고, 광흥창터를 지키는 회화나무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평균 200년이 넘는 5개의 나무가 함께 있는 이 곳의 주민들이 참 부럽습니다. 그들이 지켜온 공민왕 사당의 복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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