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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간과 공간

오리온12 2023. 6. 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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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병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다마는, 열심히 살고 있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푸시시시식 풍선에 바람이 빠져버리는 것처럼 침대와 물아일체가 된다. 그 이름도 무서운 '무기력'이다.

사진출처 뉴시스

자기 계발 도서에서도, 자존감 책에서도, 심지어 너튜브(!)에서도 무기력 극복 방법은 나가서 실행하라, 라는 것이온데 어쩜 이렇게 하기가 싫단 말인가. 딱 어두운 공간에서 핸드폰과 함께 돈 걱정만 없다면 만사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문득 떠돌아다니는 특수상대론의 시간지연과 길이수축에 대한 이론이 생각난다. 질량의 차이에 따라 시간(빛)이 달라진다는데, 분명 같은 질량의 공간에 있는 나이건만, 일을 할 때의 24시간은 달팽이건만, 쉴 때의 24시간은 치타같고, 스마트폰이랑 있으면 시간이 총알같단 말인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묘사된 시공의 곡률을 2차원으로 표현한 그림

시간은 동일하게 흐른다지만, 성공한 사람의 시간은 하루가 36시간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생체에만 다른 공간의 지배를 받는 듯하다. 마음가짐에 따라 젊게 살 수 있다고는 하나, 마음가짐도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는 걸까.

문득 생각해보면 지방에 있던 시간이 떠오른다. 풀 한 포기, 나무가 흐트러지고, 여유로움이 가득했던 생활. 마음은 조급했다만 당시 나만의 공간에서 일정하게 흐르는 시간을 음미하며 스스로를 생각했던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서울이라는 공간은 조급하고 답답하고 좁다. 악착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파악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빠르게 움직일수록 더 바빠지는 이런 활동들은 나 조차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공간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과 공간은 이토록 무서웠던가. 움직일수록 빠져나갈 수 없는 늪에 허우적거리고 있는데도 나는 나의 시간을 찾지 못한다. 나의 공간도 마련하지 못했다. 절대적 시간 기준은 흘러가고 상대적 시간은 그보다 더 빠르게 흩어져가는데, 공간은 여전히 없음을 나는 슬퍼하고 있다. 슬픈 마음으로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해본다.

공간은 마음인가, 물체적인 공간인가. 코앞에 다가온 내 나이를 보며 조급해하는 내 마음은 어떤 공간을 만들고 있는가. 이 현재를 살아가고자 하는 내 공간과 시간은 우주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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