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은 알차게
[에세이] 시간과 공간 본문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병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다마는, 열심히 살고 있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푸시시시식 풍선에 바람이 빠져버리는 것처럼 침대와 물아일체가 된다. 그 이름도 무서운 '무기력'이다.
자기 계발 도서에서도, 자존감 책에서도, 심지어 너튜브(!)에서도 무기력 극복 방법은 나가서 실행하라, 라는 것이온데 어쩜 이렇게 하기가 싫단 말인가. 딱 어두운 공간에서 핸드폰과 함께 돈 걱정만 없다면 만사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문득 떠돌아다니는 특수상대론의 시간지연과 길이수축에 대한 이론이 생각난다. 질량의 차이에 따라 시간(빛)이 달라진다는데, 분명 같은 질량의 공간에 있는 나이건만, 일을 할 때의 24시간은 달팽이건만, 쉴 때의 24시간은 치타같고, 스마트폰이랑 있으면 시간이 총알같단 말인가.
시간은 동일하게 흐른다지만, 성공한 사람의 시간은 하루가 36시간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생체에만 다른 공간의 지배를 받는 듯하다. 마음가짐에 따라 젊게 살 수 있다고는 하나, 마음가짐도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는 걸까.
문득 생각해보면 지방에 있던 시간이 떠오른다. 풀 한 포기, 나무가 흐트러지고, 여유로움이 가득했던 생활. 마음은 조급했다만 당시 나만의 공간에서 일정하게 흐르는 시간을 음미하며 스스로를 생각했던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서울이라는 공간은 조급하고 답답하고 좁다. 악착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파악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빠르게 움직일수록 더 바빠지는 이런 활동들은 나 조차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공간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과 공간은 이토록 무서웠던가. 움직일수록 빠져나갈 수 없는 늪에 허우적거리고 있는데도 나는 나의 시간을 찾지 못한다. 나의 공간도 마련하지 못했다. 절대적 시간 기준은 흘러가고 상대적 시간은 그보다 더 빠르게 흩어져가는데, 공간은 여전히 없음을 나는 슬퍼하고 있다. 슬픈 마음으로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해본다.
공간은 마음인가, 물체적인 공간인가. 코앞에 다가온 내 나이를 보며 조급해하는 내 마음은 어떤 공간을 만들고 있는가. 이 현재를 살아가고자 하는 내 공간과 시간은 우주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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